안녕하세요, 관리자입니다.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9월에 이어, 10월 말에도 CB ONE 팀이 두번째 원정을 다녀갔습니다.
첫번째보다는 조금 매콤하고 힘들었던 원정 가이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에는 시즌 말, 대형 부시리를 올린 썰을 한번 떠들어볼까요.
모든 낚시가 다 그렇지만, 즐기는 방법은 다들 제각각이죠.
서로의 방식이 다르더라도, 틀린 것은 아니고, 각각 다를 뿐입니다.
부시리 낚시의 경우, 특히 캐스팅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에요.
그저 던지는게 좋은 사람들도 있고,
꼭 큰 사이즈가 아니더라도, 혹여 부시리가 아니라 방어라도,
힘차게 수면을 깨뜨리며 펜슬을 따라오는 경관을 즐기는 분들도 계시고요.
관리자는 어떤 쪽이냐고요?
저는 물론 다 좋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대형급 부시리와의 승부를 갈망하는 쪽인 것 같아요.
요즘은 사실 예전보다
태클과 기법도 발전하고, 배들도 좋아지고, 선장님들의 노력으로 포인트도 점점 개발되면서
대형급 부시리의 출몰 빈도도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대형급 부시리의 랜딩율이 높아졌다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간혹 빅원을 부르짖으며 오직 대물이 아니면 부시리 취급도 해주지 않는 행태는 당연히 지양해야겠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빅게임을 즐기는 앵글러라면,
빅 원에 대한 욕심은 버리기 힘든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깊어가는 가을, 10월이라는 시즌은,
빅게이머들에게, 특히 부시리 캐스팅을 즐기는 앵글러들에겐 각별한 시기입니다.
9월보다 입질 빈도 자체는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대형급 부시리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떨어지는 수온에 대비하여 부지런히 몸을 불리는 부시리들과의 한판 승부를
꿈꿔볼 수 있는 시즌이지요.
물론.. 부시리와의 멋진 한판 승부에서 앵글러가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앵글러들이..
부시리의 강력한 힘에 눌려서 무참한 패배를 맛보고 뱃전에 털썩 주저앉기도 하지요.
훗날 이 친구가 이 순간을 잊지 않기를...
동료의 패배는 우리의 웃음벨
언젠가부터 사실 관리자는 배를 타면서 욕심을 많이 버려왔어요.
특히 후배들과의 동선에서는,
그들의 넘치는 열정 덕분에 굳이 관리자가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팀으로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그들을 응원하고 조언하는 역할로도 충분히 즐겁고 좋았거든요.
그렇지만 역시 관리자도 낚시꾼임은 어쩔 수 없는 것이어서인가
이번 10월 말엔 살짝 목표가 있었어요.
올 시즌.. 물론 개인적 기준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긴 했습니다만...
통칭 금메달급(140cm 이상)을 개인적으로도 한마리 꼭 낚아내고 싶기도 했고,
나중에 다시 작성하겠지만, 금메달급을 아쉽게 만나지 못하고 복귀한 CB ONE 팀 대신,
꼭 그들의 태클로 금메달을 만나서 그들에게 사진을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정도만 해도 사실 고마운 결과이긴 합니다만..
제가 신뢰하는 완도권 선사 최정덕 선장의 빙그레호에서의 10월 마지막 주.
어려운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꽤나 높은 확률로 좋은 부시리가 등장하고 있었어요.
관리자는 개인 출조도 있었고, 사나이클럽 동생들과의 독선 출조도 있었고요.
좋은 결과를 거둔 이들도 있고,
씁쓸한 패배를 당한 이들도 있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아쉽게 돌아선 이들도 있었죠.
물론 동료의 승리는 팀으로서의 좋은 성과기에 함께 기뻐해 주는 것도 좋긴 합니다만.
그래도 개인적인 목표를 세웠으면 그 역시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지요.
첫번째 챤스는,
다들 지쳐가는 저녁 철수 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
갑자기 왔습니다.
처참한 패배였죠.
다들 지쳐가는 순간이었지만,
물 흐름이나 수온을 계속 체크하면서,
포인트 특성 상 분명히 한번의 챤스는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아직 한발 남았다 얘들아!"
외치며 노력했고, 생각했던 대로 운좋게 기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너무 아픈 패배였습니다.
정말, 동생들 얼굴 볼 면목도 없고..
하루종일 열심히 노력해준 선장님에게도 너무나 미안하고..
거추장스러운 펜슬을 입술에 달고 다녀야 할 부시리에게도 미안하고..
마치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더군요.
그리고, 두번째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분명히 어떠한 패턴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느낌으로,
힘들지만 꾸준히 노렸던 패턴으로 도전하는데
역시나 갑자기 기회가 왔습니다.
첫번째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맘먹고 강력하게 파이팅을 시도했는데..
첫번째 실패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드랙을 너무 강하게 세팅해서인가..
퍼스트런을 버텨내고,
한참을 파이팅하고 있는 와중이었는데 허무하게 바늘이 빠져버리더군요.
확인해보니, 애용하던 자작 트윈훅이었는데,
바늘이 제대로 박히지 않았었는지..
살짝 퍼져 있었습니다.
정말 너무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
동료들에게도 정말 면목이 없고..
당일 배에서 단 한번의 큰 챤스였는데 놓쳐버려서 선장님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정말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지나간 승부.
패배해버린 승부.
사실 어쩔 수 없죠, 지나간 모든 일들은.
돌이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교훈을 얻어 다음을 대비할 뿐입니다.
다만, 정말 한번도 받기 힘든 챤스를 두번이나 날려먹고.
과연 세번째 기회가 와줄 것인가,
그런 조바심과 자괴감이 힘들 뿐이죠.
그리고 운명의 날.
흔히들 힘들다고 하는 조금 물때.
전날부터 선장님과 세운 빈틈없어 보였던 플랜들이 첫번째 포인트 도착부터 삐걱삐걱..
어차피 물때가 물때인지라..
많은 챤스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즌인만큼, 배에서 한두번의 챤스.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과,
두번의 실패로 인한,
승부에 대한 트라우마.
마지막 날이라는 부담감.
그런 많은 것들이 사실 아침에 물색을 보자마자 날라갔습니다.
선장님과 나의 멘탈과 함께
마음이 싹 비워지더라고요.
그래,
두번이나 기회를 줬는데..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도 제대로 못 뜬 내가 바보지.
뭘 탓하겠나.
오후 물때를 한번 기다려보고,
안되면 깨끗하게 시즌 마감하자.
그리고 이전처럼,
개인출조지만, 지인들이 많아 즐겁게 웃고 즐기며 타이밍을 기다리던 와중에..
아직 기다리던 물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물색도 꽤 좋아지고,
조금이라 물에 힘은 없지만 며칠간 실적이 꽤 좋았던 지역으로 배가 흘러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즐기던 타이라바에,
참돔 입질도 별로 없고,
때마침 밑걸림에 텅스텐 헤드도 두개나 날려버렸던 참이라,
한번 던져보자 하고 데크로 올라갔죠.
슬슬 배가 흘러들어가고,
며칠간 생각했던 대로의 액션 패턴을 유지하며 캐스팅, 캐스팅.
역시 아직은 때가 아닌가..
그래도 조금 더 던져보자.. 하며 열심히 액션을 넣던 중,
그리 크지 않은 파장과 함께 세번째 챤스가 왔습니다.
선탑 자리에서 12시 방향에서 바이트를 받았고,
슬쩍 앞으로 오는듯 하더니 이내 2시방향으로 라인이 뻗어나가며
드랙이 말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스풀이 순식간에 헬쓱해져갑니다.
수심 20미터.
선장님을 힐끗 돌아보며 어시스트를 요청하자
이미 노련한 선장님은 시동을 걸고 라인을 보며 배를 움직여줍니다.
두번의 실패를 참고해서 조절해뒀던 드랙세팅.
살짝 더 조여주고, 손으로 써밍을 해보지만,
역시 멈추지 않는 드랙😂😂
멈출리가 있나
공포감이 살짝 밀려드는 와중에 배가 움직여 거리를 좁혀주기 시작하고,
텐션감이 줄어들면서 세차게 달리던 녀석도 약간은 멈칫하는 느낌.
슬랙이 생기지 않도록 정말 죽도록 열심히 감으며,
첫번째와 두번째의 실패를 다시 머리에 상기하며 조심조심 파이팅.
라인 각도는 이제 많이 섰고,
서서히 깊은 쪽으로 달리는 녀석..
비비지 말고, 좀 더 쉽게 달려나가라고 드랙을 아예 조금 더 열어주고,
로드를 세우면서도 녀석을 크게 자극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펌핑하는데..
고개를 흔들때마다 로드팁에 오는 쿵 쿵 진동이 엄청나네요.
내심.. 은메달급은 무조건 넘겠다.. 금메달급이다.. 생각하며
서서히 띄워올리는데,
너무나 무겁네요.
설마 바디캐치...? 하는 생각도 들고.
어느 정도 올라왔다 싶으면 순식간에 다시 차고들어가는 녀석.
그때마다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그래도 서서히 올라와서 어느새 물 아래에서 번쩍이는 어체가 보이는데..
사실 시즌 이맘때가 되면서 큰 녀석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눈에 뭔가 버그가 생겨선지..
높은 선탑에서 보면 보통 금메달도 은메달로 보이고..
실제 크기보다 작게 보이기 마련인데도
이번엔 금메달이다!! 싶더군요.
아래쪽에서 선장님이 뜰채를 들고 대기하고,
천천히 이동하여 녀석이 뜰채로 들어가려는 순간,
선장님도
"금메달이네요!!"
하며 다행히 문제없이 뜰채에 고기가 담기고,
배 위로 올라오는 순간
"이거 150 되겠는데요...?"
하며 무사히 랜딩.
정말 머릿속에 오만가지 감상이 스쳐가고..
선장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동선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줄자에 올려두니 가볍게 넘어가는 150 눈금.
정신없이 사진도 몇 장 찍고..
기쁜 마음으로 CB ONE 팀에도 소식을 알리고.
지인들의 기분좋은 축하를 받으며
선장님에게도 감사인사를 하는 기쁜 순간.
정말 여러 감정이 스쳐지나가더군요.
후.. 갬성 터지는 가을 남자...
길이는 154.5~155 정도여서 154cm로 하기로 하고.
무게는 도무지 재기가 힘들었습니다.
살짝 출렁거리는 수면에,
35kg 짜리 손저울로 들기도 힘들고, 눈금은 한바퀴를 넘어 돌았다가 하며 출렁거려서,
33kg over 사이즈 정도인 것으로.
사실 조금 제대로 측정할 수 있었으면 아마 34~5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그리고 나서 막상 기다렸던 타이밍에 지인들을 독려하며 응원했지만,
때맞춰 터진 바람에 원하는 포인트 공략이 힘들어지며
더이상의 기회는 없었습니다.
지인들도 한두번의 챤스를 받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모든 것이 참 드라마틱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만약,
그 순간 참돔이 잘 나오고 있었더라면,
물정이 아니라고 무시하고 던지지 않았다면,
그저 물정만 기다렸다면..
아마 저 녀석은 제 고기가 아니었겠지요.
태클 정보입니다.
ROD : CB ONE ENFINITY EN78/16
REEL : SHIMANO STELLA SW 14000XG (19)
LINE : YGK ODDPORT 8호 + VARIVAS OCEAN RECORD 150LB
LURE : CB ONE RYAN 230 (11g single assist hook + SPLIT RING XX #9 + WELDED RING XX #7)
시즌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제주권은 아직도 한창이고요.
사실 이런 마지막 시기는 무척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 배 전체에서 기회가 한번, 아니면 두번도 힘든 날도 많아요.
없는 날도 부지기수임 사실
저 날도 하루 종일 한번의 입질이 끝..
하지만,
이런 시기이기에 느낄 수 있는 보람과 기쁨도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기회를 받지 못한대도,
이 시즌을 경험하는 것으로 얻는 경험치도 분명 나중에 좋은 양분이 될 것이구요.
아프게 패배해도 괜찮습니다.
사실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정말 좋은 경험이죠.
바이트하는 그 순간의 두근거림만으로도, 아마 며칠은 계속 생각날껄요?
저 역시도 아마 앞선 두번의 실패가 아니었으면,
이 고기는 제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패하고, 그것에서 배우면 그 이상의 선생님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회를 받아 성공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겠죠.
남은 시즌,
부디 건투를 빕니다.
안녕하세요, 관리자입니다.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9월에 이어, 10월 말에도 CB ONE 팀이 두번째 원정을 다녀갔습니다.
첫번째보다는 조금 매콤하고 힘들었던 원정 가이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에는 시즌 말, 대형 부시리를 올린 썰을 한번 떠들어볼까요.
모든 낚시가 다 그렇지만, 즐기는 방법은 다들 제각각이죠.
서로의 방식이 다르더라도, 틀린 것은 아니고, 각각 다를 뿐입니다.
부시리 낚시의 경우, 특히 캐스팅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에요.
그저 던지는게 좋은 사람들도 있고,
꼭 큰 사이즈가 아니더라도, 혹여 부시리가 아니라 방어라도,
힘차게 수면을 깨뜨리며 펜슬을 따라오는 경관을 즐기는 분들도 계시고요.
관리자는 어떤 쪽이냐고요?
저는 물론 다 좋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대형급 부시리와의 승부를 갈망하는 쪽인 것 같아요.
요즘은 사실 예전보다
태클과 기법도 발전하고, 배들도 좋아지고, 선장님들의 노력으로 포인트도 점점 개발되면서
대형급 부시리의 출몰 빈도도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대형급 부시리의 랜딩율이 높아졌다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간혹 빅원을 부르짖으며 오직 대물이 아니면 부시리 취급도 해주지 않는 행태는 당연히 지양해야겠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빅게임을 즐기는 앵글러라면,
빅 원에 대한 욕심은 버리기 힘든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깊어가는 가을, 10월이라는 시즌은,
빅게이머들에게, 특히 부시리 캐스팅을 즐기는 앵글러들에겐 각별한 시기입니다.
9월보다 입질 빈도 자체는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대형급 부시리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떨어지는 수온에 대비하여 부지런히 몸을 불리는 부시리들과의 한판 승부를
꿈꿔볼 수 있는 시즌이지요.
물론.. 부시리와의 멋진 한판 승부에서 앵글러가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앵글러들이..
부시리의 강력한 힘에 눌려서 무참한 패배를 맛보고 뱃전에 털썩 주저앉기도 하지요.
훗날 이 친구가 이 순간을 잊지 않기를...동료의 패배는 우리의 웃음벨언젠가부터 사실 관리자는 배를 타면서 욕심을 많이 버려왔어요.
특히 후배들과의 동선에서는,
그들의 넘치는 열정 덕분에 굳이 관리자가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팀으로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그들을 응원하고 조언하는 역할로도 충분히 즐겁고 좋았거든요.
그렇지만 역시 관리자도 낚시꾼임은 어쩔 수 없는 것이어서인가
이번 10월 말엔 살짝 목표가 있었어요.
올 시즌.. 물론 개인적 기준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긴 했습니다만...
통칭 금메달급(140cm 이상)을 개인적으로도 한마리 꼭 낚아내고 싶기도 했고,
나중에 다시 작성하겠지만, 금메달급을 아쉽게 만나지 못하고 복귀한 CB ONE 팀 대신,
꼭 그들의 태클로 금메달을 만나서 그들에게 사진을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정도만 해도 사실 고마운 결과이긴 합니다만..
제가 신뢰하는 완도권 선사 최정덕 선장의 빙그레호에서의 10월 마지막 주.
어려운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꽤나 높은 확률로 좋은 부시리가 등장하고 있었어요.
관리자는 개인 출조도 있었고, 사나이클럽 동생들과의 독선 출조도 있었고요.
좋은 결과를 거둔 이들도 있고,
씁쓸한 패배를 당한 이들도 있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아쉽게 돌아선 이들도 있었죠.
물론 동료의 승리는 팀으로서의 좋은 성과기에 함께 기뻐해 주는 것도 좋긴 합니다만.
그래도 개인적인 목표를 세웠으면 그 역시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지요.
첫번째 챤스는,
다들 지쳐가는 저녁 철수 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
갑자기 왔습니다.
처참한 패배였죠.
다들 지쳐가는 순간이었지만,
물 흐름이나 수온을 계속 체크하면서,
포인트 특성 상 분명히 한번의 챤스는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아직 한발 남았다 얘들아!"
외치며 노력했고, 생각했던 대로 운좋게 기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너무 아픈 패배였습니다.
정말, 동생들 얼굴 볼 면목도 없고..
하루종일 열심히 노력해준 선장님에게도 너무나 미안하고..
거추장스러운 펜슬을 입술에 달고 다녀야 할 부시리에게도 미안하고..
마치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더군요.
그리고, 두번째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분명히 어떠한 패턴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느낌으로,
힘들지만 꾸준히 노렸던 패턴으로 도전하는데
역시나 갑자기 기회가 왔습니다.
첫번째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맘먹고 강력하게 파이팅을 시도했는데..
첫번째 실패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드랙을 너무 강하게 세팅해서인가..
퍼스트런을 버텨내고,
한참을 파이팅하고 있는 와중이었는데 허무하게 바늘이 빠져버리더군요.
확인해보니, 애용하던 자작 트윈훅이었는데,
바늘이 제대로 박히지 않았었는지..
살짝 퍼져 있었습니다.
정말 너무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
동료들에게도 정말 면목이 없고..
당일 배에서 단 한번의 큰 챤스였는데 놓쳐버려서 선장님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정말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지나간 승부.
패배해버린 승부.
사실 어쩔 수 없죠, 지나간 모든 일들은.
돌이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교훈을 얻어 다음을 대비할 뿐입니다.
다만, 정말 한번도 받기 힘든 챤스를 두번이나 날려먹고.
과연 세번째 기회가 와줄 것인가,
그런 조바심과 자괴감이 힘들 뿐이죠.
그리고 운명의 날.
흔히들 힘들다고 하는 조금 물때.
전날부터 선장님과 세운 빈틈없어 보였던 플랜들이 첫번째 포인트 도착부터 삐걱삐걱..
어차피 물때가 물때인지라..
많은 챤스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즌인만큼, 배에서 한두번의 챤스.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과,
두번의 실패로 인한,
승부에 대한 트라우마.
마지막 날이라는 부담감.
그런 많은 것들이 사실 아침에 물색을 보자마자 날라갔습니다.
선장님과 나의 멘탈과 함께마음이 싹 비워지더라고요.
그래,
두번이나 기회를 줬는데..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도 제대로 못 뜬 내가 바보지.
뭘 탓하겠나.
오후 물때를 한번 기다려보고,
안되면 깨끗하게 시즌 마감하자.
그리고 이전처럼,
개인출조지만, 지인들이 많아 즐겁게 웃고 즐기며 타이밍을 기다리던 와중에..
아직 기다리던 물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물색도 꽤 좋아지고,
조금이라 물에 힘은 없지만 며칠간 실적이 꽤 좋았던 지역으로 배가 흘러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즐기던 타이라바에,
참돔 입질도 별로 없고,
때마침 밑걸림에 텅스텐 헤드도 두개나 날려버렸던 참이라,
한번 던져보자 하고 데크로 올라갔죠.
슬슬 배가 흘러들어가고,
며칠간 생각했던 대로의 액션 패턴을 유지하며 캐스팅, 캐스팅.
역시 아직은 때가 아닌가..
그래도 조금 더 던져보자.. 하며 열심히 액션을 넣던 중,
그리 크지 않은 파장과 함께 세번째 챤스가 왔습니다.
선탑 자리에서 12시 방향에서 바이트를 받았고,
슬쩍 앞으로 오는듯 하더니 이내 2시방향으로 라인이 뻗어나가며
드랙이 말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스풀이 순식간에 헬쓱해져갑니다.
수심 20미터.
선장님을 힐끗 돌아보며 어시스트를 요청하자
이미 노련한 선장님은 시동을 걸고 라인을 보며 배를 움직여줍니다.
두번의 실패를 참고해서 조절해뒀던 드랙세팅.
살짝 더 조여주고, 손으로 써밍을 해보지만,
역시 멈추지 않는 드랙😂😂
멈출리가 있나공포감이 살짝 밀려드는 와중에 배가 움직여 거리를 좁혀주기 시작하고,
텐션감이 줄어들면서 세차게 달리던 녀석도 약간은 멈칫하는 느낌.
슬랙이 생기지 않도록 정말 죽도록 열심히 감으며,
첫번째와 두번째의 실패를 다시 머리에 상기하며 조심조심 파이팅.
라인 각도는 이제 많이 섰고,
서서히 깊은 쪽으로 달리는 녀석..
비비지 말고, 좀 더 쉽게 달려나가라고 드랙을 아예 조금 더 열어주고,
로드를 세우면서도 녀석을 크게 자극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펌핑하는데..
고개를 흔들때마다 로드팁에 오는 쿵 쿵 진동이 엄청나네요.
내심.. 은메달급은 무조건 넘겠다.. 금메달급이다.. 생각하며
서서히 띄워올리는데,
너무나 무겁네요.
설마 바디캐치...? 하는 생각도 들고.
어느 정도 올라왔다 싶으면 순식간에 다시 차고들어가는 녀석.
그때마다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그래도 서서히 올라와서 어느새 물 아래에서 번쩍이는 어체가 보이는데..
사실 시즌 이맘때가 되면서 큰 녀석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눈에 뭔가 버그가 생겨선지..
높은 선탑에서 보면 보통 금메달도 은메달로 보이고..
실제 크기보다 작게 보이기 마련인데도
이번엔 금메달이다!! 싶더군요.
아래쪽에서 선장님이 뜰채를 들고 대기하고,
천천히 이동하여 녀석이 뜰채로 들어가려는 순간,
선장님도
"금메달이네요!!"
하며 다행히 문제없이 뜰채에 고기가 담기고,
배 위로 올라오는 순간
"이거 150 되겠는데요...?"
하며 무사히 랜딩.
정말 머릿속에 오만가지 감상이 스쳐가고..
선장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동선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줄자에 올려두니 가볍게 넘어가는 150 눈금.
정신없이 사진도 몇 장 찍고..
기쁜 마음으로 CB ONE 팀에도 소식을 알리고.
지인들의 기분좋은 축하를 받으며
선장님에게도 감사인사를 하는 기쁜 순간.
정말 여러 감정이 스쳐지나가더군요.
후.. 갬성 터지는 가을 남자...길이는 154.5~155 정도여서 154cm로 하기로 하고.
무게는 도무지 재기가 힘들었습니다.
살짝 출렁거리는 수면에,
35kg 짜리 손저울로 들기도 힘들고, 눈금은 한바퀴를 넘어 돌았다가 하며 출렁거려서,
33kg over 사이즈 정도인 것으로.
사실 조금 제대로 측정할 수 있었으면 아마 34~5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그리고 나서 막상 기다렸던 타이밍에 지인들을 독려하며 응원했지만,
때맞춰 터진 바람에 원하는 포인트 공략이 힘들어지며
더이상의 기회는 없었습니다.
지인들도 한두번의 챤스를 받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모든 것이 참 드라마틱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만약,
그 순간 참돔이 잘 나오고 있었더라면,
물정이 아니라고 무시하고 던지지 않았다면,
그저 물정만 기다렸다면..
아마 저 녀석은 제 고기가 아니었겠지요.
태클 정보입니다.
ROD : CB ONE ENFINITY EN78/16
REEL : SHIMANO STELLA SW 14000XG (19)
LINE : YGK ODDPORT 8호 + VARIVAS OCEAN RECORD 150LB
LURE : CB ONE RYAN 230 (11g single assist hook + SPLIT RING XX #9 + WELDED RING XX #7)
시즌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제주권은 아직도 한창이고요.
사실 이런 마지막 시기는 무척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 배 전체에서 기회가 한번, 아니면 두번도 힘든 날도 많아요.
없는 날도 부지기수임 사실저 날도 하루 종일 한번의 입질이 끝..하지만,
이런 시기이기에 느낄 수 있는 보람과 기쁨도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기회를 받지 못한대도,
이 시즌을 경험하는 것으로 얻는 경험치도 분명 나중에 좋은 양분이 될 것이구요.
아프게 패배해도 괜찮습니다.
사실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정말 좋은 경험이죠.
바이트하는 그 순간의 두근거림만으로도, 아마 며칠은 계속 생각날껄요?
저 역시도 아마 앞선 두번의 실패가 아니었으면,
이 고기는 제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패하고, 그것에서 배우면 그 이상의 선생님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회를 받아 성공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겠죠.
남은 시즌,
부디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