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FIELD

오션 워크 크루의 낚시 다녀온 이야기, 예전 조행의 추억 등 현장의 이야기.

[부시리] 2021 빅베이트의 실마리

관리자
2022-02-14
조회수 777

지난 2021년의 부시리 시즌을 되돌아보면,

봄 시즌부터도 예년과는 조금은 다른 양상의 시작을 보여주긴 했었지만,

뭐니뭐니해도 2021시즌은 정말이지 왕돌초의 약진이 돋보였던 해라는데 빅게이머들의 큰 이견은 없을 것 같아요.



관리자도 빅게임 입문부터 참 좋아했던 필드입니다.

뭔가.. 정말 예측할 수 없는 불가해함에서 오는 로망이 있달까요.

약속의 시간은 커녕, 당장 30분 뒤의 조수의 흐름도 예측할 수 없고, 

선장님의 노련함과 집념에 더해 앵글러들의 끈기와 실력이 합쳐져야 결과를 낼 수 있는,

정말이지 그저 열심히 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는 그런 필드.


하지만 12해리의 제한이 걸린 후, 왕돌초의 메인 포인트들이 제한구역을 벗어나게 되는 관계로

아무래도 조금 출조가 뜸하게 되었었는데..

그래도 현지 선장님들의 노력과, 해경의 이해, 암묵적인 승인 하에 어느새 조금씩은 옛 포인트들에서 낚시를 할 수 있었던 지난 2021 시즌이었습니다.



사실, 관리자에게 있어 왕돌초라는 필드의 이미지는.

기록갱신급의 몬스터들을 노리고 찾아가는 필드는 아니었어요.

물론, 조건이 맞았을 때의 폭발력은 경험해본 바 있어서 대물에 대한 기대도 버리지는 못하지만,

어떤 타이밍이 예측 가능한 남해권 필드와 비교해서, 예측불가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필드였지요.


예측불가라는것이 뭔 매력이냐면,

로드를 놓을 수 없다는 의미거든요.

언제, 어디서, 어떤 녀석이 나타날 지 모르니, 아무리 어깨가 아프고 힘들어도,

그저 Keep Casting!! 할 수 밖에 없는거죠.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던지는 사람이, 

그리고 그 중에서도 조금 더 성의있게 잘 액션을 유지하는 사람이 입질을 받을 확률이 높고요.


분명히 성실과 실력이 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큰 필드라는 것이 맘에 들었고,

약속의 시간따위 신경쓰지 않고 하루 종일 기대감을 안고 캐스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인 필드였는데....



2021년은 그런거 다 제껴두고,

그저 조과 하나만 보고 왕돌이라는 필드를 찾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는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기억을 더듬어보면,

7월 정도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었죠, 왕돌이.

뭐 다들 그러시겠지만 

나만 그런거 아니지? 

시즌 되면 매일 매일 카페나 밴드 조황들 보시잖아요? 

솔직히 보잖아요 나만 그런거 아니잖아

대박조황 올라오면 단톡방들 난리나고 담날 빈 배 찾아보고 그러잖아요



왕돌 조황이라는게, 좀 그랬어요. 제 기억에는.

하루하루 조류의 흐름도 예측이 힘들고 하니, 하루 대박이 났다고 해서 

그 다음날도 대박, 아니 정말 양보해서 평타 정도의 조황이라도 나올 확률이 가장 낮은 필드였거든요.

그런데... 어라라라라???


메달급 조황이 나와서, 오 고기가 있구만. 그래봐야 왕돌인데 낼 가면 없을꺼야.

다음날, 어라? 또나왔네. 그래봤자지 뭐 낼 가면 없을꺼야.

다음날, 음...? 또 나온다고..? 왕돌 왜이래...?


하는 상황이 거의 한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었거든요. 

정말 드물게 정방향 해류 -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 가 한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정말 유래없던 메달급들의 기록이 계속되고 있었어요.



물론 그 기록 중에는, 오션 웍스의 크루들도 개인출조로 몇 번 왕돌을 찾아 120cm 이상, 140cm 이상급까지 꽤 여러마리 보태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8월 중순경의 일요일. 


임창순 선장님의 구산항 왕돌의 전설로 간만의 독선을 진행했습니다.

내심 다들 꽤나 기대감들을 갖고 출조를 기다렸는데..

아쉽게도, 한달 넘게 세차게 흐르던 조류가 전날부터 뚝 꺽이면서 활성도가 훅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내가 가는 날이 바로 그날

그래도 새벽 한방은 분명히 온다! 라는 기분으로 6개의 펜슬이 수면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바람도 불었고, 너울도 좀 남아있던, 다들 좋아하는 조건.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어렵지 않게 체이스가 한두번씩 들어오는데,

파장이 꽤나 컸습니다.

아마도 미터급 이상은 훌쩍 넘어가는, 메달급들의 체이스.

그런데.. 정확하게 바이트로 이어지질 않았어요.



이날은 오전중으로 바람도 죽고 너울도 죽어 잔잔해지는 예보였고,

한달이 넘도록 2노트가 넘게 달리던 조류도 다 죽어서 바람이 죽는다면 제대로 배가 흐르지도 않을 것이었기에

되도록 아침 타이밍에 승부를 내고 싶었던 일행은 마음이 꽤나 다급했습니다.


그러나.. 오전이 거의 지나가며 예보는 기가막히게 들어맞아 바람도 죽고 잔잔해져 버린 바다..


일행 중 한 명은 마음이 꺽여 선실로 들어가버리고,

남은 크루들도 오늘은 실패인가.. 하며 의기소침해져버려, 캐스팅을 계속하고는 있었지만 마음은 무거웠어요.



그때였습니다.


꾸준히 펜슬을 로테이션하며 캐스팅하고 있던, 크루의 큰형님 @bekk584의 펜슬에 엄청난 녀석의 체이스가!!

사실 이 때도 작은 펜슬은 아니었어요. 

본체 255mm, 155g 정도의 꽤나 큰 우드펜슬이었죠.


흐린 하늘 아래, 몸통 옆면이 다 보이도록 수면을 부수고 사라진 녀석의 파장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고,

아쉽게도 제대로 바이트하진 않았지만 모두에게 새로운 의욕을 불어넣어주었죠.

일행 모두 새롭게 힘을 실어 두어번의 캐스팅이 더해지는데,


낚시꾼이라면 왜 그런 촉 같은게 살아날 때가 있죠.

꾸준히 펜슬을 로테이션하시던 형님께 그 촉이 왔나봅니다.



출항때부터 빅베이트로 금메달을 걸어보고싶다던 크루의 루키, 

@lip_grip군이 세팅해뒀던 카펜터의 gamma 250의 투입을 외치시고,

후다닥 달려가서 gamma 250을 가져온 @lip_grip 군이 캐스팅을 속행했지요.


정말, 조류도 없고.. 바람도 없어서 얼마 흘러가지도 못한 위치라서

조금 전의 그 녀석이 근처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모두 하고 있던 찰라.


대여섯번이나 던졌을까, 

정말 멋진 액션으로 다이빙을 하고 있던 gamma 250에 폭탄과도 같은 물보라가 올랐습니다.


수심은 대략 23미터 전후, 왕돌초의 남쪽 맞짬 포인트.

아주 꼭대기 지형으로 진입하기 전이었지만, 

수심 23m의 암초지대란 대부시리와 파이팅해서 승리하기에 결코 쉬운 지형은 아니죠.



그나마 조류가 세지 않았고,

잘 세팅된 강력한 장비에, 주짓수로 단련된 강인한 파워.

그간 여러 마리의 메달급을 랜딩하며 체득한 랜딩 실력과, 초 대형급을 상상한 수없는 이미지 트레이닝.

관리자와 동료들도 잘 알고 있는 그의 대물을 향한 열정과 집념.


배 아래쪽으로 파고드는 녀석에 잠시 고전하던 @lip_grip 군이 녀석을 곧 수면에 띄웠고, 

노련한 선장님의 깔끔한 뜰채질로 랜딩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당당한 체구의 멋진 금메달!


147cm, 25kg.


간단하게 태클 정보를 기재하면,


CARPENTER MONSTER HUNTER 79EXTREME

SHIMANO STELLA SW (20) 18000HG

VARIVAS SMP #10 + OCEAN RECORD 180lb

CARPENTER GAMMA 250


당시 @lip_grip 군의 개인기록 갱신이었죠.


당연히 배 안은 대 흥분 상태 돌입!

흔히 볼 수 없는 140 후반대의 초대형 부시리가, 물론 자신에게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동료의 손을 통해서라도 실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닌지라

동료의 대물에 대한 축하와 함께,

뭔가 반쯤 포기하고 있던 상황하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모두가 눈 앞에서 확인한 빅 베이트의 빅 바이트!


사실 부시리 캐스팅 게임에서 뭔가 펜슬 자체의 차별화된 효과를 경험하긴 쉽지 않은 일인데,

그게 심지어 약간은 로망과도 같았던 빅 베이트라니.


아재들이 빵이 좋아서 고기가 안커보이는


이날의 이 순간은 

그간 열심히 도전했지만, 큰 결과를 얻을 수 없었던 빅베이트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죠.

이 순간 이후의 시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면서 굉장한 실적과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구요.


정말 소중한 순간, 

중요한 한 마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날, 

이 한 마리 이후에도 굉장히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에 다시 이야기해 보지요.


** 등장인물들의 이름보다는 INSTAGRAM ID를 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