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육지권 시즌은 끝나고, 최남단 제주 중에도 역시 남부권이 핫한 시즌이군요

대상어의 입질을 받아낸 후 물 위로 올려 내 손에 쥐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파이팅이라는 단어로 지칭한다고 했을 때, 어쩌면 부시리로 대표되는 빅게임이라는 장르가 다른 장르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지점은 이 파이팅이라는 부분이 아닐까요.

물론 다른 낚시 장르에서도 대상어의 습성에 따라 외줄을 타는 듯한 아슬아슬함은 어디에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사람과 물고기가 서로의 모든 힘을 걸고 맞대결을 하는 파이팅은 흔치 않죠.

게다가, 이 맞대결이, 무작정 힘만으로 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 부시리 낚시의 큰 묘미입니다. 

우리는 부시리의 멱살을 직접 쥐고 씨름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우리는 물 위에서, 그들은 물 속에서 한가닥 낚시줄에 의지해서 줄다리기를 하게 되는데, 우리는 물 속의 대상어에게 드물지 않게 아픈 패배를 겪고는 합니다.

- 역시 보고보고또봐도 즐거운 사진.. 동료의 패배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란..

언젠가부터 대물 한방이 이 낚시의 중요한 가치가 되며, 매우 빠른 속도로 태클이 헤비해졌어요. 

합사 8호라고 하면, 고래 잡으려고? 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던 것이 채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메인 시즌에는 8호가 메인이 되고, 입문자들도 10호 이야기를 하고, 12호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아진 요즈음이죠.

보통 낚시 기법이 발전하고, 태클이 발전하면서 라인의 두께가 얇아지는 다른 낚시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부시리 캐스팅 씬이지만,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오히려 이전에는 초대형 부시리의 힘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인 이유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튼튼하고 강한 로드, 튼튼하고 굵은 합사를 쓰는 것은 분명 경우에 따라서 필수적인 일입니다만, 그러한 태클을 운용하는 보다 본질적인 것들 – 드랙의 세팅이라던지 파이팅의 기술과 같은 – 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남들 따라, 물고기가 크니까 헤비한 로드와 라인을 세팅하는 것이 전부라는 태도도 드물지 않게 보이니까요.

물론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두꺼운 라인의 힘을 빌어 대물을 올릴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그런 것은 그저 운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제대로 세팅하고 제대로 운용하지 않는 경우라면, 두꺼운 라인 같은 것은 크게 의미가 없어요. 

초보자가 운좋게 대물을 올리는 경우라면, 아마 그것보다 라이트한 장비와 라인이었어도 올릴 수 있는 고기였을 확률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관리자의 경우에도 완벽한 파이팅을 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고 무조건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분들이 간과하고 계시는 “기본”에 대해 현장에서의 파이팅 장면을 한번 상상해보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낚시 시작 전의 드랙 세팅

선상 부시리 캐스팅 낚시에서 부시리의 움직임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까요.

정상적인 상황, 즉 조류의 흐름으로 배가 떠내려가고, 그 하류 방향으로 캐스팅을 해서 펜슬을 상류 방향으로 액션을 주며 운용하는 상황입니다. 

시원하게 캐스팅한 펜슬이 수면에 착수하고, 슬랙을 정리한 후 정성스럽게 다이빙 액션을 넣습니다. 

한 번, 두 번.. 다이빙 액션을 반복하며 슬랙을 감고 로드를 앞쪽으로 되돌리는 타이밍에 펑!! 가슴 설레는 입질이 들어옵니다!! 

순간적으로 옆으로, 혹은 위쪽으로 반사적인 후킹을 한 번, 혹은 몇 번 반복하고, 빠르게 로드를 세워 버트를 하복부에, 혹은 파이팅 벨트에 가져다 꽂습니다. 

그리고 가쁜 숨을 내쉬며 로드를 내리고 릴링, 다시 로드를 세웠다 내리며 릴링….

생각보다 가뿐하게 펌핑을 하고 있는데 라인의 각도가 어느새 가까워진다 싶더니 순식간에 배 밑으로 뻗으며 로드가 세워지질 않습니다. 

그 이후에는 둘 중 하나겠죠. 

어찌어찌 배 반대쪽으로 잘 돌아가서 – 본인의 힘이던, 선장님이 배를 빼주시던 – 파이팅을 이어가던가,

아니면 속수무책으로 난간 아래쪽으로 빨려드는 로드를 붙들고 있다가 로드가 부러지던가 라인이 터지던가.

- 배 밑으로 파고드는 부시리의 퍼스트런!

자 그럼 이 부분에 대해 복기를 해보기 전에,

일단 수면의 펜슬을 물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부시리의 움직임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첫번째로 부시리는 무언가 자신의 몸을 구속하는 경우 바닥의 암초대에 가서 몸을 비빌 줄 아는 영리한 물고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몸을 강하게 구속할수록, 그리고 강하게 자극할수록 더욱 더 강하게 암초대로 돌진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앞선 장면을 한번 돌아볼까요.

부시리가 펜슬을 물고 들어가는 순간에도, 배는 흘러가고 있습니다. 

어디로? 

부시리가 있는 흐름의 하류쪽으로.

부시리는 펜슬을 물고 어디로 움직일까요?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겠죠. 

하지만 경험상 많은 경우 기본적으로는 바이트한 지점 직하의 바닥쪽이나, 자신이 헤엄치던 방향 그대로 - 즉, 배가 있는 상류를 향하며 바닥으로 내려갑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라인은 어떻게 될까요?

부시리가 물고 들어가는 순간적으로는 장력이 걸리겠지만, 필연적으로 슬랙이 생기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 그럼 여기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잘못된 행동.

일단 바이트에서 바로 이어지는, 낚시인이 후킹이라고 생각하는 로드웍.

최소 20~30미터 이상의 거리에서, 배는 물고기를 향해 가고, 물고기는 배를 향해 오는 상황에서, 아무리 열심히 로드를 세우고 후킹을 해 봐야, 그 힘은 절대 제대로 물고기에 전달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보거나 영상에서 보더라도, 이런 경우 로드에서 힘을 받는 부분은 로드의 팁 부분이나 잘해야 허리 부분이 휘어지며 힘을 받게 되는데, 이런 것으로는 절대로 물 속에서 늘어져 있는 그 두꺼운 라인의 슬랙이 물의 저항을 가르고 펴져서 두꺼운 바늘이 단단한 부시리의 뼈를 뚫을 만한 힘을 발휘할 수 없어요.

오히려 부시리에 어설픈 자극을 줘서 더욱 더 빠르고 강하게 암초대로 향하게 만들 뿐입니다.

- 결국 부시리와 나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릴링"

여기서 생각해 볼 것.

이것은 파이팅 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기본입니다만, 파이팅이라는 것은 결국 부시리와 나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부시리와 나의 거리를 좁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릴을 감는 것”입니다.

이것이 파이팅의 기본이자 목적이고,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펌핑이라는 것도 결국은 “릴을 감는 것”을 위한 행동이지, 펌핑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지요.

장력이 팽팽하게 걸려 있는 경우 스피닝 릴을 감기가 힘들기 때문에 펌핑을 하는 것이고, 만약에 릴을 그냥 감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최대한 빠르게 릴을 감아들이는 것이 파이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여러 해 현장에서 보아 오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 중의 하나입니다만, 파이팅의 본질이 “릴을 감는 것”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물론 아무리 대형 스피닝릴이라고 해도 빠르게 감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만, 파이팅의 극 초반, 부시리가 수중으로 내려가며 슬랙이 생기는 상황에서는 분명 그리 힘든 일이 아니지요. 

자, 그럼 이 두 가지를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부시리가 입질을 해서 펜슬을 물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낚시인이 해야 하는 것은, 로드를 치켜세우는 로드웍이나, 파이팅 벨트에 꽂는 것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부시리가 낚시인의 반대편으로 달릴 수도 있고 – 이것은 조수의 흐름이 느슨한 경우가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옆으로 치고나갈 수도 있고, 앞으로 달려올 수도 있어요 – 사실 이것은 앞으로 오는 것보다 배가 빠르게 밀려서 그렇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시리가 펜슬을 물고 들어가는 순간, 낚시인이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하는 것은 라인의 슬랙이에요.

일단은 릴을 감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냉정하게 부시리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

부시리가 만약 낚시인의 반대쪽으로 간다면, 로드가 부시리쪽으로 향하게 되겠죠. 그리고 드랙이 비명을 지르겠지

그렇다면 그 순간에는, 후킹을 한두 번 시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사실 정말 슬랙 없이 라인이 뻗어있는 순간이라면, 일자로 뻗어 있는 로드를 치켜세우는 후킹은 아예 가능하지도 않아요.

로드와 라인이 부시리까지 슬랙 없이 일자로 정렬된 상태에서 백스탭을 밟으며 일자로 한두번 힘을 전달해 주는 것이 가장 좋고, 로드가 겨드랑이에 끼인 상태로 허리를 돌려 로드의 버트에서 힘을 전달해 주는 형태의 후킹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서 로드를 세워 릴의 드랙에 로드의 저항까지 더해지도록 하여 부시리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반면에 부시리가 옆이나 안쪽으로 달린다 하는 순간에는, 일단 릴을 먼저 감아야 해요. 

그 때는 후킹이고 펌핑이고는 일단 잊고, 겨드랑이에 로드가 끼워진 상태 그대로 릴을 감으며 부시리의 진행 방향을 파악하고 주변에 양해를 구하고 선수나 선미로 이동하는 타이밍을 재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릴이 감기지 않는 상황이 되었을 때, 즉 슬랙이 사라지고 부시리와 줄다리기 상황이 되는 순간 로드를 세우며 부시리와 한판 붙을 자세를 취하면 됩니다.

부시리가 배 아래쪽으로 달려오는 경우, 보통 부시리가 배 아래쪽 근처에 도착하는 전후에 이러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파이팅의 백미, 퍼스트런의 그 순간. 로드가 휘어져 있는 지점과 버트의 지지부를 봐주시길.

이렇게 어떤 방향에서든 일단 부시리와 맞상대를 하며 로드를 휘어지게 하는 경우, 중요한 것은 드랙 세팅입니다. 

드랙이 너무 약하면, 로드를 제대로 휘게 할 수도 없고, 굳이 여러 가지 단점을 감수하며 굵고 튼튼한 라인 시스템을 세팅하는 이유가 없죠.

드랙이 너무 강하면, 로드의 파손 위험이 있고, 앵글러의 체격이나 실력에 대해 제대로 운용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드랙의 세팅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요?

가장 흔하게 듣는 경우는, 꽉 잠근 상태에서 몇 클릭 풀었다, 반 바퀴 풀었다 하는 이야기들인데, 가장 믿을 수 없고 의미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드랙은 디지털이 아니고, 릴마다, 사용환경마다 다르기 때문에 저런 것으로는 절대 제대로 된 세팅을 할 수 없어요.

일단 전혀 감이 없는 분들을 위해 수치상으로 설명해봅시다.

드랙의 장력을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수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도구가 필요하겠죠? 

드랙 체커라고 하는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이나, 저울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직선 상태에서 드랙이 풀리기 시작하는 시점의 부하를 체크하는 방식이며, 이 경우 적당한 수치는 합사 6호의 경우 12kg 전후 / 8호의 경우 13~15kg / 10호의 경우 15~17kg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보통 릴에 라인이 꽉 찬 상태에서 측정되므로, 릴에서 라인이 몇십미터 이상 빠져 있는 실전 상태에서는 측정치보다 조금 더 큰 부하를 발휘하며, 로드를 벤딩시켜 로드의 저항까지 더하는 경우 물고기와 사람에 미치는 부하는 더 커지게 됩니다.

- 드랙 체크하다 터지겠네요.. 얼굴이 아 얼굴 얘기라고

그럼 이번엔 수치가 아닌, 조금 더 실전적인 방식으로 알아볼까요.

로드와 릴, 루어까지 모두 세팅한 상태에서, 루어를 어딘가에 단단하게 고정합니다. 

되도록 땅에 가까운 아래쪽이 좋고, 누군가 다른 이에게 부탁하는 경우 반드시 루어의 몸체를 단단하게 잡아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라인을 풀어 가능하면 쇼크리더가 탑가이드 바깥으로 나오게 한 상태로 파이팅 자세를 잡고 로드를 휘어 -이 때 대략 로드와 라인의 각도는 90도 정도로 - 로드의 버트 가이드 근방까지 휘어지는 타이밍에 드랙이 풀리기 시작하도록 세팅하되, 개인의 취향에 따라 노브를 2~3클릭 정도 더 조이던가 푸는 정도로 마무리합니다.

이것은 아주 처음 접하는 초보 분들에게 권하기는 오히려 조금 어려운 세팅이긴 합니다만, 실전에서 꽤 적당한 세팅이기도 합니다.

- 역시 로드의 휘어지는 각도와 버트의 지지부분 확인.

이렇게 적당한 부하로 세팅된 상태에서, 아까의 장면으로 돌아가봅시다.

펜슬을 물고 내 쪽으로 달려온 부시리에 맞춰 릴을 부지런히 감아 배 밑에서 드디어 제대로 부시리와 맞붙기 시작합니다. 

부시리의 위치와 상관없이, 슬랙이 제거되고 제대로 부시리와의 줄다리기가 시작되는 이 타이밍이 첫번째 승부의 순간이며 승패의 대부분이 갈리는 순간입니다. 

가능한 로드를 휘어서 부시리에게 최대한의 압력을 걸어줘야 하는 것이 이 순간이에요. 낚시인에게 가장 유리한 것도 이 순간입니다.

부시리는 물고기입니다. 

물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고, 강하게 치고나갈 수 있는 유영력과 힘이 있지만, 모든 방향으로 똑같이 치고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가장 빠르고 강하게 치고나갈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정면 방향이며, 이 때 부시리에게 걸리는 부하의 방향에 따라 힘을 쓸 수 있는 한계가 생깁니다. 

배 바로 아래쪽에 부시리가 있는 경우에 낚시인에게 유리하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압박을 줄 수 있는 방향이 부시리의 머리가 향하는 진행 방향에 수직이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에서 압박을 하게 되면 부시리는 자신의 힘을 온전히 다 써서 달려나갈 수가 없어요. 

하지만, 여기서 정말 초대형 부시리라면, 혹은 태클의 강도 대비 더 큰 부시리라면 그 부하를 무시하고 더 차고 나가게 되겠지만, 

여기서 잠깐.

이 상황에서 딜레마가 있는데, 정말 드랙을 전혀 치고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과 적당히 치고나가게 하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좋을까요.

정말 바닥 지형의 기복이 심하고 날카로운 암초대가 험한 지형이라면, 전자가 맞을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후자의 경우가 더 유리한 경우도 많다고 봅니다. 

부시리를 아주 많이 보내지는 않는다는 전제 하에, 부시리의 유영방향 대비 라인의 각도가 서있는 경우 쓸릴 위험이 생각보다 크지 않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부하를 안고 헤엄치게 해야 고기가 지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경우가 많아 무엇이 옳다고는 절대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말 왜꺼냈냐

- 바깥쪽으로 치고나가는 초대형 부시리를 압박하는 자세

그럼 다시 상황으로 돌아와서,

배 아래쪽의 부시리에게 압박을 하는 그 순간이 정말 앵글러에게는 파이팅의 백미입니다. 

치고 달리려는 부시리와 여유를 주지 않으려는 앵글러의 모든 것을 건 진검승부의 순간이죠.

앞서 언급한 적당 부하의 드랙 세팅에서 사실 8호 이상, 15kg 이상의 드랙 세팅이라면 익숙하지 않거나 왜소한 체격의 앵글러의 경우 버티기 쉽지 않은 정도의 부하입니다.

체중 60kg 중반대의 관리자의 경우라면 거의 뒤로 드러눕는다 할 정도로 무게중심을 뒤로 빼야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부하에요.

너울이 심한 날,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순간 몸을 뺏겨 물에 빠질 수 있을 정도의 장력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소품으로 파이팅 벨트가 있습니다.

파이팅 벨트가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저는 꼭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드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너무 아프잖아요 ㅠ

부시리와의 파이팅은 매우 익사이팅하고 급박한 형태로 이루어지며, 전용 로드의 경우 대부분 힘을 발휘하는 부분이 로드의 허리보다 아래쪽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파이팅 중 가장 큰 부하를 버텨내야 하는 이 순간, 가장 좋은 자세는 다리를 약간 굽혀 무게중심을 뒤로 살짝 빼고 허리를 낮춘 자세이며, 이 경우 로드의 버트 부분이 지지되어야 하는 것은 하복부보다도 더 아래, 사타구니 정도의 부위가 됩니다. 

그리고 15kg 정도 이상의 드랙 세팅이 가능한 태클을 풀벤드시켜 버텨야 하는 순간은 실제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파이팅 벨트가 없는 경우 정말 고통의 시간이 될 수 있어요. 

- 150cm 갓 넘는 작은 신장의 앵글러도 자세만 정확하게 잡고 중심만 실을 수 있다면.

따라서, 제대로 된 파이팅을 위해서는 파이팅 벨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속하는 품목이며, 당연히 제대로 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시중에 여러 가지 형태의 파이팅 벨트가 있지만, 일단 소프트한 소재의 천으로 제작된 작은 컵 형태의 파이팅 벨트는 일단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부하를 받아내는 것도 그렇고, 장착되는 위치 자체도 적당하지 못합니다. 

몇몇 일본 제품에서 보이는, 벨트에서 분리된 형태의 파이팅 벨트는 파이팅 자체만 보면 매우 훌륭합니다만,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입질을 위해 하루 종일 차고 있기는 무척 고역이죠. 

사실 부시리에 적당한 위치도 아닙니다. 로드를 조금 더 세우는 형태의 파이팅, 참치나 GT 계열의 파이팅에 맞는 제품이고요.

시중에 보이는 가죽 소재의 벨트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컵의 위치가 조금 아쉽습니다.

소프트 소재 패드 형태의 제품도 있는데, 퍼스트런의 고부하를 조금 돕는 정도로는 나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버트 부분을 정확하게 고정해주는 기능이 부족해서 고급자에게 약간의 서포트 정도 이외의 역할을 기대하기엔 역시 아쉽지요.

가능한 컵이 커서 로드의 수발이 원활하면서, 플라스틱이나 그 이상 경도의 소재로 어느 정도 면적이 있어 부하를 넓게 받아주고, 컵의 기능 부위가 하복부 이하에서 기능할 수 있는 제품으로, 거기에 착용하고 있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적당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 솔직히 써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자 그렇게 배 아래쪽으로 강렬하게 파고드는 부시리의 퍼스트 런을 버텨내고 나면, 이제 승기는 앵글러쪽에 있습니다. 

물론 초대형급이라면, 두번, 세번 더 힘을 쓰긴 하지만, 그 기세는 퍼스트런에 비할 바는 아니죠. 

그래도 방심은 금물

이제 슬랙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하며 부시리를 띄워 올리면 되는데, 어느 정도 확실히 부시리가 힘이 빠졌다고 생각되고 중층 이상 올라왔다고 생각하면, 이 시점에 과감하게 드랙을 (대략 반바퀴 이상) 풀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것은 중간에 한번씩 힘을 써서 차고 들어가는 순간, 초반의 고부하 파이팅에 찢어져 있을 지도 모를 입에서 바늘이 빠지거나 순간적인 힘에 상처받았을지도 모를 라인이 터지는 것을 방지해 주기 위함입니다.

자, 이제 거의 다 왔네요. 

수면에 거의 다 떠올랐습니다. 

마음이 급하죠. 빨리 뜰채에 담아 랜딩을 마무리했으면 좋겠고. 

물론 빨리 마무리하면 좋겠지만, 이 시점이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중요한 타이밍입니다.

물 속에서 번뜩이며 부시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타이밍이라면, 이제 더 이상은 로드를 배에 꽂고 펌핑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배 밑으로 들어가서 쓸릴 수도 있고, 과도한 부하가 걸려서 바늘이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이 시점부터는 절대로 로드를 낮추고 겨드랑이에 낀 상태의 마무리로 이어져야 합니다. 

특히 수면에 완전히 올라와 퍼덕거리는 타이밍에 로드를 휘어서 당기면, 바늘이 빠지며 펜슬이 날아와 무척 위험한 순간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조심해야 하는 내용이에요.

천천히 달래서 완전히 수면에 띄우고, 뜰채도 준비되었습니다. 

그럼 마무리 랜딩인데, 물론 뜰채를 잡은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로드를 잡고 있는 앵글러도 무척 중요합니다. 

대형의 부시리는 뜰채에 아무렇게나 넣는 것이 아니에요. 

반드시 힘을 빼고 수면에 띄운 상태로, 앵글러가 유도하여 머리부터 뜰채쪽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만약 뜰채로 들어가다가도 기운을 차려 한바탕 푸닥거린다면, 어떻게든 뜰채로 뜨려는 것보다 반드시 한템포 쉬어서라도 다시 상황을 정비하고 뜰채로 유도하는 것이 맞습니다. 괜히 억지로 뜰채에 넣으려다 펜슬 바늘이 뜰채에 걸리고, 거기서 마지막에 살아 돌아가는 대부시리가 생각보다 무척 많아요.

그렇게 대부시리가 드디어 배 위로 올랐습니다.

기운이 빠진 대부시리는 방어처럼 배 위에서 난동을 부리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바늘을 제거하는 과정은 무척 위험할 수 있습니다. 

대형어를 다뤄본 경험이 많지 않다면, 선장님이나 사무장님께 그 과정을 부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 여기까지. 

부시리와의 파이팅 과정에 대해, 기본적인 이론으로 다뤄진 내용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세세하게 짚어보다 보니 생각보다 무척 길어졌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당연히 이것이 파이팅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도 간과하고 있는 내용도 있을 것이고,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이라면 머릿속으로 언젠가 있을 대형 부시리와의 만남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돌려 연습할 때 기본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심심하실 때 한두번 정도 읽어서 기본적인 내용은 일단 숙지해 두셔도 손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본인만의 파이팅 스타일을 완성해 나가는 것도 좋은 일이죠.

성공이라는 것은 뿌듯하고, 기쁜 순간입니다.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운좋게 올렸든, 몇 시즌, 몇 년을 노력해서 올렸든 기쁜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아마 후자의 경우는 그 기쁨의 깊이가 훨씬 더 크겠죠.

어쩌면 기대에 못 미치는 사이즈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와 생명을 걸고 승부해 준 대상어를, 그저 사이즈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무시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이즈를 무시하고 사진을 거부한다고 본인이 더 대단한 낚시인이 되는 것도 아니지요.

그리고 선상 부시리 캐스팅 낚시라는 것은 본인 혼자 대단하고 잘해서 대상어를 낚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독배가 아니라도, 동선한 낚시인들의 축하에 감사를 표하고, 선장님께 감사를 표하고, 기대치에 부족하더라도 선장님이 사진을 요청하면 기쁜 마음으로 웃는 얼굴로 사진 촬영에 응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요.

아직 남은 시즌, 잘 마무리해보자고요.